스토브리그 리뷰

March 14, 2020 · 6 mins read

Marketerview_스토브리그 리뷰

마케팅 최고의 아웃풋,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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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그룹 공통 마케팅 교육이라며 1주일 짜리 집합 교육을 간 적이 있었다. 회사가 나의 커리어 성장에 관심이 있구나, 투자를 하는구나 라고 느꼈던 유일무이한 경험이였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였던 내용은 이랬다.

‘최고의 마케팅은 팬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 스포츠, 아이돌 이 모든 것들은 마케터에게 영감을 주기 충분하며,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인사이트를 받기에 좋은 레퍼런스입니다.’

야구의 광팬 관점에서, 드라마 광팬 관점에서, 마지막으로 4년차에 들어서는 회사원 관점에서 나를 팬으로 만들었던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돌아보고자 한다.

드라마 광팬으로서의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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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야구 드라마가 아니다’ 이 문장으로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을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스토브 리그란?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영입과 연봉협상에 나서는 것을 지칭한다. 시즌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롯가(stove)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즉 비시즌기의 프런트들의 이야기다. 이 자체로도 스포츠 드라마의 절대 공식을 무너뜨린 드라마다. 스타 플레이어도 없었으며 유일하게 스포츠에서 선수가 아닌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들이 주인공이 되는 때, 스토브 리그를 이야기를 한다. 꼴찌 팀의 변두리에 있는 회사원들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평범한 우리네들의 마음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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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일 잘하는 백승수 단장

휴머니즘 빼라고 일하라지만, 자기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휴머니즘으로 승부했던 백승수 단장,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유연함, 융통성 같은 것이라곤 없는 그는 이 시대에는 잘 쓰이지 않는 ‘합리’ 라는 낡은 무기 하나를 가지고 싸워나간다. ‘정은 안 가지만 일 잘하는 사람’. 처음 보면 그렇게 보인다. 정말 더럽게 정이 안 가지만 더럽게도 일 잘하는 사람’이다. 우리회사에 모시고 오고 싶던 그런 사람이였다.

그런 백승수에게 꼭 필요한 이세영 운영팀장

또 하나의 주인공은, 바로 운영팀장 이세영이다. 보는 내내 가장 애정을 많이 가지고 봤던 인물이였다. 그녀의 오피스룩도 너무 좋았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정말 많았다.

국내 프로야구단 가운데 유일한 여성 운영팀장이며 동시에 최연소 운영팀장이다. 이를 악물고 일했던 그녀는너무나 간절하지만 이루지 못했던 드림즈의 재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백승수만의 승부수를 이해한다.

어느 순간 백승수를 존경하게 된 자신을 깨닫게 된 후에도 그가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자신의 주관을 잃지 않는다는 점, 상사가 잘못된 판단을 한다고 생각되면 개의치 않고 소신있게 의견을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마케터로서의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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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는 최근 들어 드라마에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간접광고(PPL) 및 중간광고가 보다 더 많이 등장한다.

은퇴하는 선수가 운영하는 곱창집, 이세영이 선수들에게 뿌려대는 홍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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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수가 단장실에서 매회 내려마시며 커피를 음미하게 해주는 커피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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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로 뜬금없이 시켜먹는 명랑핫도그, 성적이 부진한 신인선수에게 힘내라며 먹이는 열정분식소의 오징어튀김 등등 수많은 간접광고가 쉴새 없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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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드라마가 원활한 촬영을 위하여 제작비를 지원받아야 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는 그야말로 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간접광고는 궁극적으로 현재 위축되어 있는 경기 활성화 및 소상공인 경제 번영에 기여하기도 한다. 종편이 아닌 SBS라는 공중파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회를 3개씩 쪼개어 중간광고를 60초씩 내보내 지상파의 공영성이라던지 상업성에 매몰된 모습을 보여주는 아쉬운 모습도 있었다.

프로 야구 팬의로서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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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제적 효과 2조원, 프로야구 관중 800만 시대,역동적인 그라운드,진한 땀 냄새에 열광하는 프로야구 팬들의 취향 저격하는 이야기

확률과 통계의 미학,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수가 가장 많은 스포츠공이 아닌 사람이 들어오와야 스코어가 생기는 유일한 스포츠, 야구의 수많은 수식어들이다.

프로야구 팬들에게 스토브 리그는 더 의미 깊다. 스토브리그 드라마가 시작되기 직전에 해당 드라마는 실제 상황 또는 인물이랑 무관하다는 내용의 공지가 매회 등장한다. 하지만 프로야구에 관심있는 팬이라면 철저하게 한국 프로야구에 있었던 사건 및 사실들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선 재송 드림즈라는 구단부터 살펴보면 해당 구단의 모습이 롯데 자이언츠와 너무나도 유사함을 알 수 있다. 1982년 창단된 원년 팀, 소비재 중심의 모구단, 지역민으로부터의 애증의 대상, 최근 수년 간 팀 실적 부진 등은 롯데 자이언츠 및 연고지인 부산광역시의 상황을 거의 복사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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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회에 보면 드림즈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나오는데 어이없는 수비실책과 나태해진 더그아웃의 모습은 롯데 팬이라면 지우고 싶은 작년 시즌의 롯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고 볼 수 있으며, 시즌 종료 직후 나타난 젊은 신임 단장 백승수는 역시 작년 시즌 후반기 갑작스럽게 등장한 롯데 자이언츠 신임 단장 성민규를 오버랩하게 한다. 성민규 단장 또한 시즌 후 프로세스 개선 및 팀 전력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별명이 ‘남궁민규’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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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회마다 등장하는 프로야구의 사건사고 묘사는 프로야구 팬들에게 씁쓸한 기억을 되살리게 하곤 한다. 우선 스카우트 팀장 고세혁이 여러 선수들한테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스카우트를 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전 롯데자이언츠 감독 양승호가 학생들에게 뇌물을 받고 대학 야구부에 입학시키는 입시비리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양승호 감독은 그 이후 감독님이 아닌 ‘감옥님’으로 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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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 구단을 공포에 떨게 한 약물 사건도 프로야구에 비일비재한 스테로이드 투약 사건을 묘사했으며, 특히 짤막하게 등장한 유소년 야구단에서의 약물 투여는 은퇴 후 야구교실을 차려 학생들에게 약물을 복용하게 한 전 야구선수 이여상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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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드림즈의 강두기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상대팀 약체 선수 2명에 현금 20억을 얹는 불법 이면계약은 2008년 시즌 직후 히어로즈에서 장원삼을 데려오기 위해 약체 투수 한명에 현금 30억을 얹어 계약하려다 무산된 삼성의 상황을 그대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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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드라마 후반부에 해체냐 매각이냐는 2007년 시즌 후 해체 기로에 섰던 현대 유니콘스가 사라지지 않고 히어로즈라는 구단으로 살아남아 8구단 체제가 유지되었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 주요사건들을 현실감있게 반영함으로써 오래된 야구팬들에게 옛 추억을 소환시킴과 동시에, 잘못되거나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 날카로운 풍자로 이야기를 한층 더 탄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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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단장책임 관중은 감독책임, 그걸 믿는 편입니다 단장은 스토브리그 기간동안 팀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하고감독은 경기장에 찾아온 관중들 마음에 불을 지펴야죠”

라는 말처럼 누구 하나의 영웅담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어떻게 일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일이 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한 드라마였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들을 사랑하는 편이다. 코로나로 흉흉한 세상이 얼릉 지나가면 언제나 그랬듯 퇴근하고 잠실에 가서 맥주한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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