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 리뷰
Intro : 얼마만에 글을 쓰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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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뷰 블로그를 시작하고, 이렇게 긴 시간 글을 멈춘 적이 없었다. 코로나 4단계 속에 글쓰기 3인 모임을 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변화는 이제 내가 마케터일까? 라는 생각에서 마케터뷰 블로그도 리뉴얼 해야하는건 아닌지 싶은데 글을 쓸 수 없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라는 고민이 시작 되었다고 해야 맞을거 같다. 시점은 지난 해, 11월쯤 처음으로 나의 소속이 변했다. 당시 회사 구성원들의 변화는 역대급으로 어마무시 했다. 더이상 입사했을 시절 같은 팀 멤버의 절반은 다 타 본부나 팀으로 발령이 나고 없었다. 나도 회사는 여기밖에 다녀본적이 없는지라, 이게 일반적인 일인지 판단이 서지도 않았지만서도 그동안의 조그마한 조직개편과는 다르게 전략도 마케팅도 아닌, 기획팀으로 들어갔다.
입사하기 전, 아니 입사 하고 나서도 나는 내 자신이 기획팀이 될거라는 상상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나는 그저 지난 4년간 매 순간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던거 같은데 매일 이런 풍파와 변화 속에 사는게 불만이였다가 점점 아무 생각이 없어지게 되었다. 회사원의 운명이란게 원래 이런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이래서 이직을 해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처음 발령때는 일부 멤버들은 그대로라 어련히 그냥 이름만 변한거겠지 했다. 3달쯤 지났을까, 모두 다른팀으로 발령나고 나만 기획팀에 남아 버렸다. 이렇게 변화속에 요동치면서 나도 심적으로도 고민이 많았고 어디다 쉽사리 털어 놓을 수 없는 류(?)의 고민들의 연속이였다.
그리고 7월 7일자로 나는 다시 또, 사업기획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의지했던 사람마저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제 누구 말대로 독립 투사 마냥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지금도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이제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앞으로 내 미래는 내 넥스트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속을 헤엄치며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는 중이다. 네비게이션을 열면 제일 먼저 나오는 목적지 설정이라는 버튼의 커서가 빈칸인 채로 깜빡이는 그런 지금의 내 머릿속을,,,! 오늘은 글로 적어본다.
혼란스럽다고 해서 일을 안해도 되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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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고민은 고민이고 일은 일이다. 경제적 보상을 받으니 나는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 변화나 개인의 커리어와는 관계없다. 아니 혼란스럽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주체적으로 해야하는 일이 많아졌다. 오늘은 2021년에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리뷰해보는 시간이랄까, 어디서 우리회사 사람들만은 이 블로그를 안보길 기도해보며 적어본다.
1) 모바일 APP 구축
내가 입사했을 무렵에 회사에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걸 목격했었다. 그러다 처참히 망해가는 과정도 지켜봤고 아주 잠시지만, 관련도 없는 내가 갑자기 CS처리하면서 온갖 고객으로 부터의 고객센터 마냥 다이렉트 욕도 먹어봤었다. 고객센터가 먹다먹다가 나로 다이렉트로 연결해준다고 해서 필터링 없이 고객들과 전화도 했었다^.^;;
어플이 망해서 스토어에서도 내려가고 사장되었고 당시 담당자들은 죄다 퇴사 혹은 타부서라 그나마 내가 CS처리하느라 어드민도 그렇고 이것저것 눌러보고 들어가봐서 조금이라도 파악하고 있는게 이렇게 도움이 될줄은 당시 상상도 못했다.
이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길래 하지 말자고 의견 피력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해야 한단다, 그런데 늘 그렇듯 프로젝트의 본질을 제대로 정의할 수 없는 건강하지 못한 목적의 일, 그저 남들 만큼만 있기만 하면 되요 라는 명분 세우기의 일을 하다보면 제동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만들어 달라 한 사람들 조차도 아웃풋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에는 적군으로 돌아서 이게 뭐냐는 비난의 보이스들이 빗발칠게 불보듯 뻔하다.
오프라인 기반의 사업 위주다 보니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전문가도 전혀 없을 뿐더러, 아직 만들지도 않은 플랫폼에 여기저기서 붙이고 싶은 기능들이 수만 가지며, 요즘 세상에 그것도 못하냐는 원성도 벌써 하나둘씩 들리고, 처음의 기획 배경이나 방향성은 잊은 채 괴물이 탄생하기도 하는 그런 난관의 연속이다. 연내에 오픈이 목표인데 뭐 나는,,내 할 소명을 다해보겠지만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새로운 류의 난관들에 맞닥 뜨릴때 마다 열심히 구글링 한 덕분에 아마 누가 내 컴퓨터를 본다면 쟤는 맨날 노나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구글이랑은 거의 절친이 되었고 IT기획 블로거들이랑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너무 많이 도움 받아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 사야할 느낌이다. 거들떠도 안보던 서비스기획하는 책들도 보기 시작했다. CS처리반 경험 덕에 이런 것들도 나중엔 또 어떻게 연결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좀 머리 아프지만 마음 놓고 재미있게 탐험 해보려 한다.
2) 스토어 브랜드 구축
조리 기반의 식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장에서 코로나 등으로 인해 상품 판매 하는 형태의 서비스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제도 생겼다. 예전에 브랜드를 죄다 만들었으나 모델점을 오픈하지 못한 아픈 추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1,2호점을 오픈했다. 시키는 사람은 이미 있는거 조합하면 되는데 왜이렇게 속도도 안나고 어려워하냐고 했지만 내 능력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늘 그렇듯, 오픈은 어렵고 과정에서는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갈등과 주말에도 쉬지 않고 많은 잡음들이 오고가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왈가 왈부하기 쉬운 일인걸 이미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덕분에 뭐 이제 그려려니 하다가도 너무 쉽게 지적하거나 무논리로 동의하지 않은 권력이 발현될 때는 아직도 따박 따박 상소문을 올려 버리는 나와 마주할때면, 내안에 4년 8개월간 그렇게 얻어 터졌는데도 아직도 다 죽지 않은 대쪽같은 면을 마주할때면, 아직 그래도 회사원이 조금 덜 된거 같다. 보내는 그 순간에는 이에 따른 후폭풍을 예측하며 살떨리는 공포를 경험하지만 한편으로는 타성에 아직 젖지 않은 내 자신에 뭔지 모를 다행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도 더 단단히 만드는 과정 중에 있지만, 뭐 문제도 많고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거 같지만 원래 돈받고 하는일이 다 그렇지 하다보면 그래도 사이버 공간 속에서 2D로 있던게 공간으로 구현되고 실제 업장으로 바뀌는 경험은 무척이나 설레는 일이다(변탠가?)
3) ESG경영 캠페인 운영
그래도 이 녀석이 내가 여태까지 했던 일들과 가장 결이 비슷해 그나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원이나 투자 없이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에 많이 홀딩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앞으로 ESG는 화두일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나는 많이 와닿지 않지만 기사가 많이 나는걸 보니 뭐 세상이 변하면 또 한발 느리겠지만 어련히 하겠지 싶다.
4) 그룹사 브랜드 시너지
그룹사 타 브랜드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의를 하는 일도 맡았다. 뭐 이역시도 예전 팀에서 이미 진행하던 일이라 가까이서 직관도 해봤고, 심지어 공석이실 때에는 잠깐 진행도 해봤지만 앞단부터 하는건 또 새롭다. 타사와 협상하는 과정을 관전하는 것만으로도 나름 재미있는(?)경험이다.
5) 끝나지 않는 뉴스레터와 회의자료
더이상 언급할것도 없이 이제 이번달이 vol.30이니까 벌써 2년 6개월째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전원일기나 전국노래자랑 같은 느낌이다. 없어지면 이제 미운정이 들어서 시원섭섭 할런지,,고민일 정도에 이르렀다. 내가 어딜 가든 이녀석은 나를 따라오니,,,사실 스트레스도 이젠 좀 아닐정도로 눈감고도 만드는 수준이다^^..;
이런 일들 외에도 소소하게 자질 구레한 일들도 여전히 나와 함께 한다. 이렇게 나도 그저 한명의 회사원이 되어가는 걸까,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나도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을 때가 바로 지금이다. 쓰고나니 2021년 상반기 일기,,인거 같아 조금 부끄러워서 나중에 삭제하더라도 오늘은 기록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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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 Connected dot
고등학교 때, 기하와 벡터를 배웠었다. 단 한번도 일적으로는 써먹어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종종 어떤 고민을 할 때, 어릴적에 배웠던 것들이 불현듯 좋은 삶의 지혜가 되어주는 때가 있는거 같다. 여지껏 인생의 여러 순간 에서는 바둑이 많이 그랬었는데 요새 고민하다 보니, 고등학교때 배웠던 기하와 벡터가 생각났다.
벡터라는 개념을 배우면서 속도와 속력은 엄연히 다른 값이라고 배운다. 속력은 그저 빠르기를 나타내는 값이다. 처음 시점과 나중 시점간의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속도는 벡터 값이다. 크기와 방향에 대한 정보를 담은 벡터값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을 포함 한다는 거다.
고등학교때 배운 후로, 잊고 살았던 이 두 개념이 다시 생각난 이유는 아마 내게 지금쯤 속력을 위한 1차 스파르타 훈련은 끝났고, 이젠 방향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자의든 타의든 네비게이션이 다시 입력해야 하는 그때가 지금이 아닐까, 목적지를 설정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