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erview_프로젝트 리뷰 : VOUGLE
내가 회사와서 만든 ‘첫’번째 일
첫사랑, 첫키스 같은 단어들을 들으면 누구에게나 설레고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듯이, 뭐든지 ‘첫’번째가 주는 특별함과 아련함 같은게 있는거 같다. 처음 내가 한 ‘일’이 뭐지 생각했을 때 나는 VOUGLE이라고 말할 거 같다. 대부분 1년차 신입사원의 첫 업무는 이렇게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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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사람들이 하던 일 중 몇가지를 받음 (그들이 하기 싫은 일 포함..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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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라고 정의된 가이드 안에서 새로운 테마 정도 생각해보라고 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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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배 일을 서포트함
그 시간 동안엔 사실 뇌보다는 손발로 일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거 같다. 물론 지나고 보니 그런 시절도 필요하다. 일도 손에 익혀야하고 생전 처음 맞닥뜨리는 업무 프로세스들에 정신없고 파악하기 버거우니깐, 그럼 저런 시간들을 거쳐 회사와서 내가 처음으로 만든 일은 뭘까? 라고 생각 했을 때 저 3가지에 해당되지 않으며, 이전 담당자가 인계 해준 그대로 말고, 새로이 기획 해보고자 했던 일이 바로 조리공모전 VOUGLE이다.
VOUGLE의 모태가 되는 메뉴마케팅이라는 일은, 긴 시간 동안 본부에서 계속 해왔던 일이며, 우리팀에 오는 신입사원마다 이어 받아 하던 일이였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전국에 있는 우리 일반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차별 신메뉴를 출시하는 일이다.
여기서 잠깐, 마케팅 꿈나무였던 내가 겪었던 현타 포인트
꿈꾸던 이상 : 대대적인 광고나 매체 프로모션 빠방하게 때리며 내가 기획한 메뉴가 전국민이 언급하고 모두가 다 아는 그메뉴가 됨
참혹한 현실 : 달랑 포스터 한장나가며 외식업이 아니라 B2B 위탁 식음 서비스 특성상 매일매일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업장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딱 하루 해당 메뉴가 제공되며 내일 되면 고객은 내가 뭘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남.
업무 프로세스는 본부에서 메뉴팀과 우리팀이 트렌드나 전략식재 등을 통해 2달 전쯤 메뉴를 기획하고 1차는 유관부서용 시연회, 2차 리더 시연회를 거쳐 메뉴를 확정지으며, 전산을 통해 메뉴코드를 따고 등록하고 레시피를 업로드하며 외주업체와 메뉴 촬영 및 포스터를 디자인하여 제작하고 물류를 태워 전국 사업장으로 배포한다.
정신 좀 차리고 일에 혼자 맞닥뜨려보니 내가 아무리 혼을 담아 기깔나게 열심히 트렌드 반영하여 신박한 메뉴를 기획하고, 앤드유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여 카피를 쓰고 촬영해서 예쁘게 담긴 메뉴로 포스터를 만들어도 점포 관리자들이 외면하거나 구현해주지 않으면 아무 쓸데없는 일이 되버리는 것이였다.
그리고 당시에 한 사업부장님이 재기했던 문제도 이와 일맥 상통했는데 전국 각지에서 열심히 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인력들과의 소통 부재, 그들이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여 생기는 잦은 퇴사 등이 본부의 고민이였다.
고민하던 어느 날 밤, 책의 한 구절을 발견하고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일을 하며 고민하고 생각하던 바로 그것! 팀장님들도 선배님들도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던 내가 찾던 답이 여기에 있었다. B2B서비스를 기획하거나 마케팅하는 모두에게 진리같은 말이 아닐까? 우리와 같은 업장관리자일수도 있고 영업사원일 수도있고 우리가 만드는 브랜드,콘텐츠 기획하는 서비스가 앤드유저까지 다다르기 위해서는 내부고객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여태까지와는 조금 관점을 바꿔서 2019년 메뉴마케팅을 기획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내가 적은 메일 문구 그대로 인용해보자면,
안녕하세요 전략마케팅팀 xxx입니다. 본부 통합으로 진행되는 메뉴마케팅이 변화합니다! 구성원의 여러분들의 참여로만 완성될 수 있는 함께 만드는 조금 더 특별한 메뉴마케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25만명의 점심을 책임집니다, VOUGLE
- 공모컨셉에 맞는 한발 앞선 트렌디한 레시피 아이디어 대회라는 점을 표현하고자 함.
- 점포 운영에 지쳐 고히 간직만 하고 있던 그들의 열정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자 함
(마케팅 시작의 반은 네이밍이노라, 라고 생각하고 나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 지었다)
그리고는 나는 회사로부터 회당 60만원이라는 연간 360만원의 예산을 따냈다. 마치 이 때의 기분은 영업사원이 영업에 성공한 느낌이였다.남들에겐 별일 아니였지만 신입 병아리였던 내가 드디어 스스로 처음한 기획을 가지고 회사를 설득하여 예산을 따낸 역사적인 순간이였다. 그리고 내부고객 마케팅을 위해 진심을 담은 기획의도도 열심히 적었다.
60만원이 120만원이 되었다
1회차 주제는 콩나물이였다. 시황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저렴한 단가로 이용가능한 식재이며 요리로서의 변화무쌍함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선정했었다. 온라인 사내 게시판에 레시피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철저히 블라인드 심사방식을 채택했다. 1회차에 30개가 넘는 점포에서 참여해주었다. 나에게는 의미있는 결과였다.
그리고 2019년 리뉴얼 된 메뉴마케팅 메뉴 최종 시연회 날, 본부장님 하 각 사업부장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VOUGLE 기획의도가 담긴 PT로 시작하여, 히든 카드로 수상자의 대회 참여 소감 영상을 틀었다. 당시 수상자분께서 보내주신 영상에는 매일 똑같이 비좁은 사무실에서 메일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부터, 일하면서 너무 똑같아 버린 일상에 지쳤었는데 이렇게 가지고 있던 역량도 발휘해보고 인정도 받아 수상까지해서 일상의 행복한 자극이 되었다는 내용이였다. 수상자의 진정성 담긴 영상 덕분에 기획자였던 내마음은 물론, 메뉴 시연회 자리도 훈훈해졌다. 시연회 마지막 일정으로는 처음 운영하는 방식의 메뉴마케팅 업무를 추가 보완하고자 리더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지 작성시간으로 마무리 지었다. 당시 내가 찍어 둔 본부장님의 메세지다.
“확대 운영”
그렇게 내 첫기획은 60만원 짜리 대회에서 120만원짜리 대회로 거듭났다. 그리고 2020년에는 조금 더 확대하여 오프라인으로도 진행해보고자 한다.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지금 리뷰를 보시고 계신 분들께도 감히 강력 추천!)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나에겐 메뉴마케팅 바로 그런 일이다. 진짜 갓 입사했던 사고뭉치 병아리 신입사원 시절 부터 지금까지 줄곧 내가 하고 있는 일. 월마다 꾸준히 발행 해야 하는 일, 루틴하고 지겹고 더불어 손이 많이 가며, 그렇다고 해서 이게 잘못됬다고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는 그런, 모두가 익숙해져서 티나지 않는 그런 일
만약 나무위키나 네이버 사전에 이 설명을 등록한다고 하면 위 설명에 맞는 단어는 바로 ‘막내가 하는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작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을 대한민국 막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