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리뷰

October 24, 2021 · 5 mins read

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리뷰

Intro : 서른즈음에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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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기숙사에서 갇혀 문명과 단절되어 살았을 때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당시 내 또래에게는 싸이월드가 인생의 전부였고, 곧 페이스북도 등장하는 그 시대에 내게 유일하게 허용된건 영어듣기용 MP3와 인강용 PMP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마 남들보다 라디오랑 노래를 정말 광적으로 많이 들었다. 남들과 다르게 콘텐츠가 그것밖에 허용되지 않아서,,! 듣다 듣다 당시 유행하는 노래들은 질려서 더 좋은 노래는 없을까 하고, 국내외 레전드라고 불리우는 아티스트들을 하나씩 디깅하기 시작했고 꽂히는 아티스트들은 거의 전곡을 돌려 들어보곤 했다. 오아시스나 뮤즈 마이클 잭슨 신해철 등등 뭐 장르불문 아무 생각없이 들었고 당시 김광석의 노래도 파고 파서 거의 전곡을 다 돌려 들었었다.

특유의 읊조리는 듯한 아날로그틱한 느낌(?)이라 해야하나, 기교보다는 절절한 감성을 깔끔 담백하게 노래했던 보이스가 꽤나 좋다고 생각했다. 가사를 곱씹기에는 사실 서른이란 단어가 그저 머나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드디어 29.8세에 접어들고, 다시 이 노래의 가사를 훑어 보자하니 무릎을 탁 친다, 그는 천재였다. 시대를 초월한 명곡이였다. 나 역시도 이 무렵이 되니 그렇다,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한 이별들을 시작하고 있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대로는 안될거 같은 불평 불만의 끝에 탈출인것 마냥 비춰지고 실제로 투정도 부렸지만, 사실 나름 예전부터 이 맘때쯤에는 꼭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더라도 무슨 방법으로든 인생에 변주를 주는 것이 나의 오래된 계획이기도 했다. 늘 그렇듯 코로나로 인해 부스러지기도 하고(원래는 이 때 쯤엔 미국에 다시 가고 싶었다), 또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기도 했다. 제일 중요한건 계획대로 이때쯤엔 방아쇠를 정말 한 번 당겨볼지 하는 결정이였다. 그리하여 나는 처음으로 새로운 직장의 면접도 봤고, 뜻밖에 마주한 사내 벤처에도 지원했고, 전부터 서른이 되면 해봐야지 했던 학업에도 지원했다. 익숙한 것들로 부터 잠시 멀어져보고자 자의적으로 이별하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본다는 측면에선 말이다.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을 봤다

그리고 사내벤처 합격 소식을 통보받고 나서는, 이 영화를 꼭 시간내서 봐야지 했다. 내 기준에 영상이며 음악이며 트렌디하고 감각적으로 나름 잘 짜여진 웰메이드라고 생각한다. 초반부에는 영상미랑 음악에 심취해서, 타다 베이직의 시그니처인 흰색 카니발이 서울의 이곳저곳을 아름답게도 달린다. 그런 도로들이 탑뷰로 잡히면서, 타다의 직사각형으로만 이루어진 로고가 형상화 된다. 길가에서 보고는 한번도 예쁜 로고라고 생각하거나, 도로를 형상화 했다고 유의 깊게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장면을 보고 오, 멋있는 브랜드였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고나서 크게 두가지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는 VCNC라는 회사의 구성원들이 정말 단단하게 잘 빌딩된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트윈을 성공시키고 엑시트 하고 타다라는 서비스를 만들기까지의 긴 시간 함께 하여 서로를 신뢰하는 모습이나(우리회사같이 매일 조직개편 하는 회사는 꿈꾸지 못하는..) 등장하는 벤처투자자분이 말하는 것 처럼,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에 대한 역량이 뛰어나고, 그런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루는 그런 팀이라면 어느 비즈니스를 해도 기깔나게 할 것을 확신한다는 뉘앙스였는데,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이상적이고 멋진 모습이며 축복받은 모습이다.

그 다음 든 생각은 그런데 이걸 통해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서 물음표가 던져졌다. 만약 타다가 얼마나 멋진 서비스였는지를 기리기 위한 브랜드 필름이라고 하면 성공인거 같다. 당시 표면적인 사건 외에 대중은 알기 힘들었던 당사자들의 비하인드나 현상에 대해서, 나처럼 모르는 대중에게도 알려주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각적인 에디팅으로 충분히 속도감 있게 알거 같았다.

또한 타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홍보하는 메시지인가 싶기도 했는데,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고, 메이드 해가는 과정,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도 낱낱히 공개했다. 그리고 스타트업 홍보에 빠지지 않는 멋진 대표의 인간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인간 영웅적인 모습까지, 그러나 그것들이 전부라기엔 기업홍보용 채널정도에 실려도 될만한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종종 인스타에 올라온 이 영화에 대한 리뷰들을 봤었다. 모두 호평이였지만 내 관점으로는 영화라는 프로덕트로 상영관이라는 채널에서 일반 대중을 타겟으로 콘텐츠화 하고자 했다면 타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조금 더 선명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과, 그건 무엇일까? 라는 질문으로 영화를 끝냈다.

나는 사실 모빌리티 업계에 대해서 잘 모르고, 타다를 실제로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았었다. 스타트업이라는 생태계에 대해서도 관심만 있지,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워낙 그 세가지 모두에 나름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재미있고 인상깊게 봤지만 과연 일반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인가? 라는 생각도 들어서 아쉬웠다. 이런 이성적인 기준들은 배제하고 적어도 나에게는 배울 점이나 인사이트를 주기에는 충분히 흥미롭고 좋은 콘텐츠 였다.

정부나 국회, 그리고 사람이던 기업이던 보호 목적으로 만들어진다는 법규들로부터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질타 받을 수도 있는 이중적인 부분이나, 기존 산업에 어떻게 보면 도전장을 내밀고, 그들의 묵혀둔 문제들을 끄집어 내어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게 스타트업 정신이 아닐까 라는 나름의 정의도 내려봤다.

OUTRO : 서른즈음에는 인간사에만 존재하는 시기일까?

이토록 몰두하고 자기 일에, 구축하는 서비스에 브랜드에 열정을 쏟아 일하는 vcnc 구성원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관찰하면서, 이러니까 스타트업들이 무조건 대기업을 도태 시킬수 있겠구나라는 가설을 검증받는 기분이였다. 서른즈음 된 대기업들도 이제는 익숙한것들과 작별하고 과거를 회상하기 보다는 시대를 인정하고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 시절엔 내 보물 1,2호였던 MP3나 PMP는 벌써 유튜브 뮤직이나 아이패드로 도태되어 없어진 추억의 물건들이 되어버렸다. 서른즈음도 아니고 십여년만에 말이다. 아마 이제 두 기기는 모두 요새 고등학생들은 잘모를테니,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시대의 산물이지 않나 싶다.

시대를 휩쓸던 프로덕트들이 더 나은 서비스나 프로덕트에 의해 추억이 되버리는 시점이 누구도 예측 하지못할 만큼 빨라지는 시대인거 같다. 물론 내가 눈감았다 떴더니 서른을 앞두고 있는 것도 비슷한 속도인거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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