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감독을 만나는 리뷰
인사이드 아웃 에서는 우리가 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감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안을 들여다봤다. 반면 소울은 바깥을 바라본다.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의 자리,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 피트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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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은 디즈니지! 라는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 심지어 픽사와 디즈니 두 회사가 한 회사라지만 그래도 두 제작사는 아직 고유의 자기다움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림체 라고 해야하나, 디즈니가 훨씬 캐릭터를 귀엽고 소유하고 싶게 잘 뽑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유독 픽사의 스토리텔링에 마음을 쉽게 빼앗기는 편이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었던 디즈니 영화인 주토피아도 픽사와 디즈니가 합병하고 난 이후에 나온 작품이며, 기존 디즈니에 픽사의 감성이 많이 입혀졌다고들 해석 하니, 나는 픽사를 더 좋아하는거 같다.
내가 생각하는 디즈니다움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교훈이 담긴 아름답고 이상적인 가슴 벅찬 감동이라고 한다면, 픽사다움은 어릴적 써놓은 손떼 가득 묻은 일기장을 어른이 되서 꺼내보는 뭉클한 그런 감동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픽사다움이 가득하게 담긴 두 작품이 내가 만난 피트닥터의 인사이드 아웃과 소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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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에 만났던 인사이드 아웃
마음이야말로 전세계 관객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적인 재료 - 피트 닥터
픽사 20주년을 맞이하여 개봉했던 영화가 인사이드 아웃이다. 그리고 20주년을 맞이하여 회사 앞 DDP에서 픽사 전시회가 열렸었다. 당시에 전시를 보러 갔던 이유는 일단 DDP가 회사 근처였고, 두번째는 인사이드 아웃을 너무 재밌게 봐서였다. 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스티브잡스 때문이였다.
인사이드 아웃을 기획할 당시에 피트 닥터는 11살이 된 딸이 명랑한 성격이었는데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었다. 우리 딸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감정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5년 동안 각본을 계속 고쳐 쓰며 많은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모르는 내가 봐도 심리학에 대해 공부를 많이하고 만든 영화일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많은 전문가들에게 감정을 받아서 가장 역동적인 감정 5가지를 골라냈다고 한다. 영화에서 나중까지 가장 인기 있던 캐릭터는 슬픔이였다.
물론 너무 귀엽기도 했지만 기쁨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는 포인트가 사람들의 마음에 깊게 남았을거라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여지껏 생각지 못했던 슬픔이라는 감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슬픔이 있기에 기쁨도 찾아오고, 또 기쁨이 있기에 슬픔을 이겨낼 힘도 생긴다.
그래도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빙봉이 죽는 순간이다. 나의 빙봉은 언제 죽었을까?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있게 해준 무수히 많은 기억들의 집합체야 말로 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인사이드 아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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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에 다시 만난 소울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큰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꿈을 좇는 것보다 인생에서 더 중요한 일을 잊고 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게 소울이다 - 피트닥터
픽사 20주년 전시회에서 샀던 인사이드 아웃 다이어리를 다 쓰고도 세권의 다이어리를 더 쓰고 나서 피트 닥터를 다시 만났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도 어린이였던 라일리에서 직장인인 조가드너로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소울은 제목처럼 영혼에 관련된 이야기다. 조 가드너는 자신의 인생의 목적은 음악이며 재즈 가수를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며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꿈꿔 왔던 재즈 연주의 기회가 찾아오지만 맨홀 구멍에 빠져 조 가드너가 죽어버리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태어나기전 세상’과 ‘머나먼 저세상’이라는 신비한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 머나먼 저세상 줄에 서게 된 조 가드너는, 안간힘을 써서 태어 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조 가드너는 마음속 불꽃을 못 채워 지구로 가지 못하는 골칫덩이 아기(?)영혼 22와 만난다. 아기 영혼들은 몇가지 동그라미를 모아야만 지구 통행증을 받을 수 있다.
영혼 22는 오랜 시간동안 삶의 열망 혹은 목표라고 불리우는 불꽃을 채우지 못해 많은 멘토들을 만난다. 에이브러햄 링컨, 마하트마 간디, 아리스토텔레스 등 유명 위인들을 골탕먹이고 좌절시키는 부분도 재밌었고, 중간 중간 나오는 조 가드너의 인생 속 재즈 선율도 너무 좋았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 갈 수 있는 무아지경이라는 방이 있다는 설정도 너무 좋았고 신박했다.
물론 애니메이션 적으로도 훌륭하다, 악기를 연주하는 캐릭터들의 손가락 하나하나의 디테일이나 뉴욕을 옮겨다 담은거 같은 디테일한 뉴욕 배경도 너무 대단했다. 보면서 코로나가 끝나는 그 때에, 아직은 못가본 가을의 뉴욕에 가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내 손바닥 위로도 꽃잎 하나가 내려 앉게 해야겠다는 위시리스트도 추가되었다.
결국 영화에서는 조 가드너가 그토록 꿈꾸고 염원했던 무대를 보여준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조 가드너는 그동안 바래왔던 부모님의 인정까지 받게된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그는이게 끝이에요? 내일은 뭘하죠? 라고 묻는다. 내일도 이렇게 공연을 하면 돼 라고 답한다.
보통 영화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꿈꾸던 순간 그 이후, 다가 오는 허무함을 보여준다. 이 장면이 픽사답고 피트 닥터 다웠다. 진짜 니가 쫓던 그 꿈, 삶의 목표에 다다르고 나면 진짜 꿈같은 인생이 찾아올까? 그럼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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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에 적었던 일기장
영혼 22가 계속해서 찾아 헤매는 불꽃을 찾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저 나답게 오늘 하루 하루를 매순간을 충분히 누리고 소중히 살아가고 싶다고 나도 일기장에 다짐했었다. 공교롭게도 그 때의 나도 22살이였다..!(평행이론..?)
이렇듯 어쩌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생각 해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심지어는 내 일기장에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엔딩 무렵에는 영혼22에게서 뺏고 싶었던 지구 통행증을 돌려 주며 조 가드너가 ‘같이 갈 수 있는 만큼은 가줄게’ 라며 아기 22의 손을 잡고 지구로 뛰어 내린다.
나의 스물 다섯, 스물 아홉같은 인생의 수 많은 여정들 중에서 끝까지 함께는 아니더라도 순간 순간 같이 갈 수 있는 만큼은 함께 해주기도 때로는 돌아보게도 해주는 게 픽사의 소울이지 않을까, 피트 닥터가 했다는 고민의 답이지 않을까, 이런 좋은 영화들 에게는 망설임 없이 별점 다섯개 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