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erview_인터뷰 : 자동차연구원 제임슨
인터뷰 3호, 3년차 H자동차연구원 제임슨
Intro. 마지막 질문, “만약에 인생에서 딱 한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냥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를 갈거야, 악착같이 치열하게 사는거, 쫓기면서 아득바득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하면서 사는게 지금와보니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인생의 변곡점이 있다면,
나에겐 집 떠나 고등학교를 가던 17살 이전과 이후의 삶으로 구분된다. 따뜻한 집에서 엄마 아빠랑 살던 시절과 28살이 된 지금까지 내 집 없이 여기저기 임시 거처들에 살면서 방랑자가 되버린 지금 (언젠가는 나도 내 집을 살 수 있겠지?)
집 떠나 험난했던 시절을 같이 버텼던 유일한 동지가 바로 제임슨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방랑자 운명의 시작은 이랬다. 제임슨과 나는 경기도 어느 마을에서 남들보다 아주 조금 공부를 잘했다. 공부를 잘하면 경기도에서는 고등학교부터 다른 동네로 유학(?) 갈 기회를 줬다. 지금은 모르겠다만은 12년 전에는 과학고나 서울 5대 외고라고 불리우는 서울로 유학 갈게 아니라면, 경기도에 있는 외고보다는 우리가 다닌 자립형 사립 정글고를 가는게 짱이라고 부추겼다.
거길 가면 너희가 동네영웅이고 여기저기 영광의 플랜카드도 걸어주겠노라 문구점 불량식품같은 말들에 강남8학군도 아니고 스카이캐슬도 아닌 어느 산골마을에서 자란 16살들이, 지금 생각하면 진짜 뭣도 모르고 남들보다 한~~참 먼저 바리바리 짐을 싸서 동네를 떠났다. 그게 나의 기나긴 방랑자 여정의 시작이였다.
우리가 어릴적 꿈꿨던 대로 나는 C사에 들어갔고 제임슨씨는 H자동차에 가셨네요, 가보니 어땠나요?
직업 선택에 있어서 직무보다도 업종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학사출신으로 자동차연구소에 들어가고 싶은 나에게 학사로 할 수 있는 일은 설계 밖에 없고 모집인원도 많았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도 유리했다.
첫 직장은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M사에 다녔다. 너도 알다시피 어렸을 때 부터 H차를 가는게 내 목표였다. 먼저 을사에 가보니 회의감도 있었고 비슷한 돈 받고 일할거면 갑사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봐도 첫 직장도 정말 좋은 회사였다, 위치가 판교라 다른 회사들도 많고 도시에서 일하는 느낌도 나고, 그러나 업무를 하다보면 갑사의 일정도 맞춰야 하는게 있었는데 여기 와보니 확실히 사람들이 마음에 여유도 있고 쉬운말로 쪼는 것도 덜하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남양연구소는 좀 단절된 느낌이 들긴 한다.
어릴적에도 저희 아빠랑도 항상 엔진이나 자동차 얘기 많이 했던걸로 기억이 나는데,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거는 진짜 정확한 원인이나 이유를 모르겠는데 막연하게 어릴 때 부터 자동차가 좋았고 재미있고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교때도 자작자동차 동아리라고 해서 자동차를 직접 만드는, 진짜 쇠 파이프 짜르고 붙이고 해봤고 그렇게 만든 자작자동차로 대회도 나가고 하면서 더 좋아졌던거 같다. 신입생때 출전한 대회에서는 상도 탔는데 그땐 신입이라 내가 기여한건 별로 없었지만 그 당시 같은 동아리 사람들이 지금 직장에도 많이 다니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런 경험들이 취업과 면접에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자작자동차 아니고 실제 자동차를 만들게 되었는데 뿌듯한가?
내 직무는 자동차를 설계하는 일이고, 나는 제네시스 팀의 트렁크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가 캐드로 그린 것들이 실제로 양산되는 순간에 진짜 뿌듯하다. 사실 지금은 모든 부분을 그리는건 아니지만 내가 도움이 줘서 완성된것들이 차에 장착되서 실제로 시장에서 팔리면 행복하다. G80에 내년이 넘어가면 내가 온전히 그린 트렁크 설치한 차가 나온다.
차를 직접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봤던 봤던 포드v페라리가 떠오르는데, 혹시 그 영화 봤는지? 저는 인생영화였는데
당연히 봤다. 그리고 인상깊게 봤다. 왜 인상깊었냐면 사실 포드와 페라리는 그 이념의 대결이다. 나도 멋진차들을 좋아하지만, 일하다보니 성능이나 장인정신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산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생각한다. 성능이나 디자인은 렉서스도 람보르기니도 고급브랜드들이 얼마든지 성능 좋은 슈퍼카들을 뽑을 수 있고 뽑고있다. 이젠 결코 누구만의 고유한 뛰어난 성능 이라는건 없는거 같다.
그런데 오히려 자동차계의 무언가를 남긴건, 획기적인 시도를 한건 포드라고 생각한다. 대량생산,양산이 유의미한 결과인 이유는 보급이 가져오는 대중화의 위대함 때문이다. 자동차를 대중적으로 만든 게 포드다.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생산공정이 없었다면 지금도 우리는 마차를 타고 있을수도 있는 일이다. 그 옛날에는 소수의 사람들의 특권으로 이용했던 자동차를 대중화 시킨것,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포드의 가치가 있다.
영화에 이어, 최근 화제작이였던 부부의 세계에서도 H자동차가 많이 나오던데 이거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제네시스 팀 사람으로서, 또 한편으로는 그냥 시청자 입장에서 처음에 나는 오히려 반대로 불륜녀가 탄 자동차라 소비자에게 네거티브해지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었는데 보다보니 너무 예뻐서 작가가 차부터 컬러까지 선정을 정말 잘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한소희가 탔던 G70은 타겟 자체가 1. 젊은 사람들한테도 사랑받는 고급차 2. 연령대가 높고 잘사는 사람들의 세컨카로 기획되어 출시된건데, 한소희가 딱 1번 케이스 아닌가? 너무 잘어울리는 선정이였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김희애가 그랜저를 탄 게 더 찰떡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랜저가 이전세대와는 다르게 포지션닝하여 중년의 성공, 중후한 매력보다는 젊은 성공의 아이콘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광고를 보면 40대 쯤 되보이는 성공한 젊은 여성임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모임에서, 친구가 질문을 한다. ‘너 이제 차 살때 안됬어?’라고 물으니, ‘나 회사에서 차가 나왔어, 그랜저’라고 하니 언니 너무 축하해~ 역시 성공한 사람은 다르다 이런식으로 전개 된다. 그런 광고를 했는데 김희애가 그랜저를 타주다니? 이거야 말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 아닌가?
그럼 이제는 내 관점의 자동차 말고, 진짜 종사자가 보는 요새 자동차 업계의 핫 이슈나 트렌드는?
제일 먼저 현실적인 문제로는 코로나19를 빼 놓을 수 없다. 집합 금지 명령이나 사회적 이슈로 공장들이 많이 멈췄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예전보다 차를 많이 안산다. 사실 대응방안은 없다, 기다려야 한다. 아 그리고 미래에 대한 트렌드는 자율주행차?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 자율주행차는 어디서 제일 먼저 만들지 예측해본다면?
테슬라일거 같다. 자동차 분야에 있어 선진적으로 반응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자체가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며 새로운걸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를들어 네비게이션 화면크기 하나도 변경하는데, 10인치 넘어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자동차에는 제어기라는게 많이 장착되어 있다. 예를들어 문이나 창문을 잠그는거 여는거 부터 차선이탈방지 이런 장치들인데 테슬라가 이런 장치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제어 기능을 선진적으로 하고 있다. 오히려 오리지널 차량 제조업체보다 전기차를 개발한 테슬라가 제일 선도할거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은 구글이나 애플 삼성전자나, 한편으로는 SK같은 통신사도 예측하던데?
내생각에는 그래도 차체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존 자동차업체가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이유는 플랫폼 없이 다른 기술을 가지고는 차량제어가 어렵다. 즉 제어장치를 만드는 기술이 그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사실 지금도 기술은 다 개발이 되어있다. 알다시피 고속도로에서는 자율 주행을 한다. 속도를 조절하고 멈췄다 갔다 한다. 자동차가 무언가를 인식 해서 이정도 오면 이렇게 액션한다 라는 알고리즘이 있다. 기본적인 기술은 있는데 아직 고도화가 안되어 있다.
또 인터넷에 많이 나오듯 자율주행이 상용화 되고 사고가 났을 경우, 과연 운전자 귀책일지 제조사 귀책일지 하는 윤리 이슈도 큰 걸림돌이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본사에 가서 상품 기획 이런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년퇴직 하고 싶다. 옛날에는 회사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이랑 좋아하는 것은 따로하는게 더 좋은거 같다. 모든게 그렇겠지만 엄청난 하이테크 기술로 만들어지거나 그런것도 아니고, 각자가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면 만들어 진다. 특히 나처럼 양산차 개발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을 거 같다. 목표했던 데까지 다 달려서 사실 인생이 헤이해진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꼭 목표가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정년퇴직 후에는 돈을 바라고 하는 거 말고 소일거리로 작은 카페나 가게를 하고 싶다.
인터뷰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인터뷰는 보통 셀럽들을 하거나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인터뷰를 통해서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나도 파노라마 처럼 지난 날들이 슥슥 지나갔다고 해야하나, 비록 무시무시한 정글고가 보는 우리는 그리 자랑할만한 사례가 아닐지라도 그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행복한 인생의 방향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제대로 배운거 같아서 값진 시간이였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함께 해준 제임슨에게 진정한 고마움을 전하며!!!!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