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HUSH(허쉬) 리뷰
제 좌우명은 펜은 총보다 강하지만 밥은 펜보다 강하다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생전에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인데요, 세상 모든 일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당장 처자식한테 밥한끼 먹일 수 없다면 그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어릴땐 잘 몰랐는데 취업전선에 나와보니 아버지 말씀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1화를 보고 ‘아 이드라마는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잘못된 판단이였다. 정말 중반부는 매일 보다 노잼과 지루함 그리고 이상한 감성팔이를 못이기고 잠들어 버려서 다음날 티빙으로 꾸역꾸역 봤다. 끝까지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너무 진부한 권선징악형 캐릭터들과 황정민 서사의 감성 코드가 오글거리고 드라마라면 자고로 고구마도 먹였으면 사이다도 먹여주고 해야 하는데 15화까지 내 기준엔 고구마만 먹다 끝까지 와버렸다.
허쉬에서는 매 회마다 그 회에 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맞는 음식을 부제로 하여 스토리텔링 한다. 작가가 정말 고민 많이해서 한 썼겠다 싶었다. 아마 펜보다 밥이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더욱더 심혈을 기울인거로 해석해본다.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를 볼 때, 월화에는 펜트하우스를 같이 봤다.다른 요일이지만 동시에 봤던 펜트하우스는 정말 너무 자극적이어서 몰입도 최강이라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내 시간을 지배해버렸다.
그래서 hush식 표현법을 빌려보자면, 펜트하우스는 정말 누군가의 말처럼 월요병을 잊을만큼 강렬한 엽떡이다. 맛있고 자극적이였고 내일 또 먹고 싶은 그런 맛이였다. 그에 비해 허쉬는 엄마가 만들어준 건강하지만 어딘가 조금 아쉬운 떡볶이 같은 느낌이였다.
그런데 엽떡에게는 엄마가 만들어준 조금 심심한 떡볶이 같은 느낌이 없다. 집에서 해주는 떡볶이는 가끔 망하기도 하는데 그런 날에는 왜 이렇게 됐지 하는 애정에 기반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엄마가 해준 정성을 생각해서 끝까지 꾸역꾸역 먹기도 한다.
이렇게 노잼이라고 비판하고 망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엄마가 해준 떡볶이 같은 허쉬를 리뷰한다. 망해버린 떡볶이지만 그럼에도 꾸역꾸역 봤던건 정성이 담긴 서사들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 진정성 있었고 깊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기자라고 부르지만, 여기는 그냥 회사다
이지수 : 기자도 월급 받는 직장인이니까요, 하지만 기자는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 직업 아닙니까? 밥이 세상 무엇보다 우월하다는 팩트를 알게 된 이상 기자가 되겠다면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업, 그게 제가 생각하는 기자의 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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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곰탕
한준혁 : 나도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살 때가 있었어, 근데 어느날 그걸 멈추게 되더라, 왜냐하면 여기서 그 생각이라는 거랑 싸워봤자 백전 백패거든. 그러니까 선배로서 한마디 해도 된다면 너희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살 수 없을 거야. 왜? 너희들은 뜨거우니까, 나나 국장처럼 다 식어빠져서 굳어버린 기름덩어리가 아니라 이제 막 팔팔 끓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니까 정말 많이 힘들겠지만 꺾이지 말고 옆에서 누가 뭐라고 지껄이든 간에 불 끄지말고 더 뜨겁게 끓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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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육개장
오수연 :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열정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배워왔고 믿어왔다. 그러나 내가 겪었던 세상의 법칙은 내가 배우고 믿어왔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No pain, No gain이란 말은 이 땅에서 희망 고문이자 환상이다. 실패에 대한 보험도 없이 꿈을 미끼로 유혹하는 세상, 미래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없는 삶, 행복해지기 위해 달리는게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으려 도망치는 삶은 죽음이나 다름없다, 아무것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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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삶은 달걀
한준혁 : 미숙이가 누구에요?
정세준 : 야 누구긴 누구겠냐, 너지 요것은 반숙이 요것은 완숙이 너는 미숙이, 날계란!
양윤경 : 남이 깨주면 계란후라이밖에 더 되겠어 니가 직접 껍질 깨고 나와서 병아리라도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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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삶은 달걀
양윤경 : 다들 죽기보다 다니기 싫은 회사 식구들 먹여 살리겠다고 억지로 붙어있는거 모르냐고, 착각하지마 니가 무슨짓을 하고 나가던 깨지고 헤지는건 우리지, 이 매일한국이 바뀌는건 아무 것도 없어, 언론사도 회사야 회사는 돈을 버는게 목적이고 돈을 벌어야 월급을 받고 월급을 받아야 일을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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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치킨게임
이지수 : 게임이 이런데 현실은 어떨까, 생존을 위해 꿈을 담보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해야 하는 치킨게임, 게임의 법칙 따윈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란 냉혹한 생존게임에서 약자의 희생은 강자의 생존을 위한 밑거름일뿐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다. 공정한 판결을 위해 뜨겁게 고민하던 심판도, 공정한 세상을 꿈꾸라 뜨겁게 가르치던 아버지도 사라진 세상,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한 아들 딸들은 끝내 마지막 문을 열지 못하고 차갑게 식어 우리 곁을 떠났다. 어제에 대한 반성도 내일에 대한 다짐도 없이 오늘의 잘못을 반복하는 치킨게임의 나라 한국, 퇴근길 아버지 손에 쥐어져 있던 치킨의 고소한 냄새와 작별한지 이미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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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양념반 후라이드반
이지수 : 세상 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더니 치킨에 양념 좀 묻혔다고 그게 뭐 대수라고 훨씬 더러운거 묻히고도 시치미 떼고 잘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인데 얼마나 거창하고 고고한 일한다고 그깟 가짜뉴스 따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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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미역국
생업은 생업이고, 생일은 생일이다. 언젠가 오롯이 엄마 생일로만 기억되는 날, 내가 미역국 끓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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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커피
커피머신에 콩을 넣고 돌리면 에스프레소부터 카푸치노까지 수십가지 커피가 만들어져 나오는게 신기하대, 커피 신기한 문물이지, 기사가 역사가 되려면 사실만 찍어내는 신문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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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장어
한준혁 : 이게 낚시꾼이 낚시로 잡았다는 증거고 자연산이라는 타이틀이에요, 목구멍에 이게 딱 꽂혀 있는 놈은 몸값이 달라지는 거죠
국장 : 물에서 나온 놈이 물에서 살다 가야지, 살던 물 버리고 뭍으로 올라와 높은 곳 바라보면 뭐하겄노?
한준혁 : 왜요? 어차피 몇년 살다가 불판 위에 굽혀질 삶이라면 한번쯤은 올라 보는게 낫지 않겠어요? 다버리고 목구멍에 바늘 하나만 박혀 살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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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장어
아버지 :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먹고 사는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한준혁 : 아휴 참, 언제는 밥벌이에 신경 쓰라더니 오늘은 또 그러지 말라고? 아버지는 왜 인생에 맥락이 없어?
아버지 :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맥락을 바꾸고 살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산게 한이 돼서 그런다 임마
한준혁 : 얼마 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에서 버티라고, 먹고 사는게 먼저라고 하던 아버지였다. 그런데 이젠 먹고 사는게 다가 아니니 소신있게 행동해도 된다고 말씀하신다, 대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세상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가슴이 두근 거리는게 정답이라고 하지만 그건 남의 일일때가 아니던가, 어떤 길을 선택해도 후회가 남는다. 정답이 있다면 자신이 선택한 길을 묵묵히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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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고기
한팀장님, 70년대 소고기 파동 기억나세요? 그게 소고기가 씨가 말라서 소고기가 금보다 더 비쌌던 그거요, 정부에서 소값 잡겠다고 돼지가 소보다 영양가가 높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쳤죠 신문들은 죄다 소는 몸에 해롭다, 돼지를 먹어라 나팔을 불어댔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게 지금 이 돼지고기 삼겹살인데 지금 그런거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왜? 맛있으니까, 나는 이게 언론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의도가 뭐였건 맛 없는 걸 맛있다고 한 게 아니라 맛있는걸 몰랐던 걸 맛있다고 해줬으니까, 오늘의 한팀장님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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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김밥
H: Helpless U: Unfortunate S: Sooyeon’s H: Hankook = H.U.S.H 침묵, 속수무책으로 무력했고 한없이 불행했던 수연이가 살던 한국을 뒤엎어 버리겠다는 내 다짐에도 어두운 침묵이 덮여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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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 김치
이지수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언론은 이렇게 밥위에 김치 한 점 얹어 주는 위로와 응원의 언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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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 어디 내 계획대로 내 굴러간대요?
바로 그거여, 인생이란 게 계획적으로 되는게 한 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