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는 사람의 생각-박웅현X오영식, 김신 정리

December 13, 2020 · 10 mins read

책리뷰_일 하는 사람의 생각

너무 좋은걸 만나면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마케터뷰에 기록하는 만큼 내 관점에서 내 마음에 닿았던, 부분들을 담았다. 자신이 무언가 만드는 사람이라면, 되고싶다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 보라고 해주고 싶었던 그런 책이였다.

박웅현X오영식X김신

들어가며 : 고백 _ 박웅현

배움이 없지 않았다. 이겼을 때 오만하지 말고 졌을 때 기죽지 말아야 함을 배웠다. 강한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해야 함을 배웠다. 옳은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을 선택한 후 옳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인생임을 배웠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불완전함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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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대담 _ 창작자가 되기까지

어떤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유년 시절의 경험과 당시에 보고 들은 것들이 성인이 되어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지 공부를 잘했다, 못했다는 그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것에 흥미를 느꼈는지가 더 큰 영향을 준다.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사건을 두고도 사람들은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르게 기억하며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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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고시에 떨어지고 광고인이 되기 까지, 박웅현

조선일보 광고대상에 응모했지요. 그게 우수상을 받은 거에요, 음악은 세번 태어납니다 인켈 오디오 광고의 카피를 썼습니다.

음악은 세번 태어 납니다, 흥미로운 카피네요 어떤 의미인가요?

카피의 헤드라인은 음악은 세 번 태어납니다, 그 아래 베토벤이 작곡했을 때 태어나고 번스타인이 지휘할 때 태어나고 당신이 들을 때 태어납니다. 음악이 세번째 태어나는 그 순간, 인켈이 함께 합니다. 라고 썼습니다.

그게 상을 받은 거에요, 신문은 10년 넘게 생각한 거고, 광고는 잠깐 생각한 건데, 상을 받고 보니, 내가 잘하나?란 생각이 든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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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에게 배움을 주는 곳은 교실이 아니라 거리

왜 그렇게 설득했냐 하면, 명백한 사실은 저는 학교를 마친 뒤 돌아와서 다시 광고를 만들어야 되는 사람이라는 점이었어요. 그러니 앞서가는 도시에서 시대를 보고 느끼고 해야 하는 거죠, 저에게 최악은 텍사스오스틴 대학 같은 학교였을거에요 그러니까 저는 뉴욕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뉴욕을 선택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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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Different를 그때 버스타고 학교 갈 때, 처음 봤어요 맨해튼 다운타운 쪽에 큰 벽면이 있는데 피카소 얼굴이 있고 애플 로고가 있고 Think Different 한 줄만 있는데 그거 봤을때 그 짜릿함은 지금도 아주 선명해요. 진짜 선수들인 거죠. 광고를 만들 때 중요한 건 다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들어 올 자리를 내주는 거에요. 그게 선수들의 세련된 기술이거든요 아 피카소가 Think Different 했던거고 애플이 그렇게 가겠다는 거구나 라는 생각 할 수 있지요 이 복잡한 이야기를, 한 회사의 철학을 두 단어로 압축한겁니다. 이런 충격을 뉴욕에서, 길거리에서 받은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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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저는 필연이라는 단어 보다 우연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데요. 어떤 직업을 갖게 될 때 필연적이라기보다 우연적인 경우도 꽤 많을거에요, 하지만 나중에 그것을 필연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요. 지금의 내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석하는 건 나의 의지를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보는 태도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세상에 우연히 던져진 만큼, 나는 어떤 사람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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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박웅현 선배님이 지금 헤리티지와 관련된 말씀을 하셨는데, 이건 저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봐요. 히스토리와 헤리티지는 다릅니다. 헤리티지는 말씀대로 켜켜이 쌓여서 전통이 되는 건데, 한때 유행으로 사라진 것들이 꽤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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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반면에 한국의 아름다움은 ‘아름’과 ‘다움’이 합쳐진 말인데, 아름은 ‘한 아름’ 할 때의 그 아름으로 그 크기가 사람 팔의 길이에 따라 다 다르다는 거에요. 결국 아름답다는 것은 ‘자기다움에 이른 상태’라고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그것은 보편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며 상대적이라는 뜻이지요. 두 분 말씀을 들으면서 한국이 지난 시기에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뷰티’를 추구하다가 이제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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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대담 _ 브랜딩,광고와 디자인의 접점

지속성이 만들어내는 브랜드 헤리티지

양념을 치고, 말장난을 하고, 라임을 맞추고, 춤추는 걸 하잖아요? 그러면 6개월을 못 갑니다. 질려서 다들 고개를 돌려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오래가는 캠페인을 만들 때는 뭉근하게 올라와야 되는 거지요. ‘사람을 향합니다’같은 말은 섹시하지 않잖아요. 처음 들었을 때 기억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진심이 짓는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건 뭉근하게 오래가는 캠페인의 테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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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담 _ 영감에 대하여

맞아요. 경이로움을 느끼는 거예요. 예전에 제가 사용하던 명함 뒤에 서프라이즈 미 라는 문구가 있었거든요. 놀랄 줄 아느냐, 경탄할 줄 아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창의적이라는 이유가 그거지요. 잘 놀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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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특정한 주제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결코 보지 못하는게 보이고, 그런 이해로 부터 문제 해결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넘어선 해결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컬렉션이든 독서든, 아니면 어떤 경험이든, 이 세계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은 반드시 필요한 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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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대담 _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

결국 완성도의 문제는 자기가 책임지고 또 스스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평가가 기준이 되면 안 되거든요. 나의 평가 기준이 다른 이의 평가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고 높아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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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저는 광고가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광고는 철저하게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거든요. 그런데 이 기업의 마케팅 메세지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워낙 무관심하니 그 사람들한테 잘 들리게 하려면 정제가 잘 되어 있어야 하는 거지요. 광고는 예술의 탈을 쓴 기획서다. 광고는 기획서 입니다. 그런데 소비자한테 그냥 던지면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니 이걸 문학처럼, 시처럼, 예술처럼 포장하거나 정제를 해줘야 하는 거지요. 그렇게 하려다 보니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도 필요하겠지만 문학적인 어떤 터치가 필요한 거예요. 아까 콘셉트가 명확해야 된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예요. 광고 메세지를 정하려면 얼마나 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겠어요?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어떤 것을 던질 것인지 콘셉트를 뽑아야 되는 거지요. 그 콘셉트를 잘 뽑아내야 말이 잘 들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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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광고는 시대 맥락을 읽지 않으면 존재 의의가 없습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스위스처럼 백년 넘게 디자인을 해온 나라의 생활속에 있는 좋은 것을 우리가 수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그러니까 보는 눈이 아주 높은 곳에 있는 지역의 사람들과 눈이 별로 높지 은 곳에 있는 지역의 사람들이 서로 취향은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좋은 걸 알아보는 눈은 있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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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안목은 계속 키워야 해요. 특히 저처럼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안목을 키우는 훈련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술 책도 많이 찾아봐요. 만약에 제가 신문 기사를 쓰는 사람이였다면 미술에 대한 관심이 이만큼 생길 수가 없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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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2퍼센트 차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디테일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죠. 그 차이는 결국 훈련의 양에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을 다녀 온 사람이 잘할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그게 아니라 오랫동안 잘 준비해온 사람이 잘해요. 계속 그 훈련을 하면서 실력을 쌓아왔다는 전제 아래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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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기만의 특별한 감각과 예술적 소양을 바탕으로 해야하는 거지요. 하지만 저희는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 개성대로 할 거면 작가가 되어야지요. 남의 돈을 갖고 자기 작품을 만들겠다고 하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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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작업에서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을 제 나름 경험으로 판단해보면 왜? 라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 질문의 횟수에 따라 디자인의 격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디자이너들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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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해결책을 조건 속에서 잘 찾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의뢰가 들어오면 조건을 먼저 물어봅니다. 예산은 얼마가 있느냐,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성향이 있느냐, 이렇게 제한의 벽을 먼저 쌓아요. 어떤 벽이 뚫고 나갈 수 없는 것이라면 그 벽을 고정 변수로 잡아야 합니다. 고정 변수가 곧 디자인에서 말하는 그리드가 되지요. 그 다음은 전술이고요, 주어진 예산안에서 주어진 기간안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는가, 사용 가능한 리소스가 무엇인가, 이렇게 고정 변수를 잡고 거기서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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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대담 _ 직장생활

TBWA가 월급쟁이들이 다니는 회사가 되면 망할 것 같아요. 광고인이 다니는 회사여야 해요. 월급쟁이와 광고인은 다릅니다. 광고를 하면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있고, 월급을 받기 위해서 광고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내가 월급 받으려고 카피를 쓴다는 생각이 아니라, 나는 카피쓰는게 좋아 재미있어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해요. 그렇게 일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 거라 생각하는 거죠. 이게 문화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게 근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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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에게 습관은 야망의 증거다 _ 위스턴 휴 오든(영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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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뛰어난 성취는 단기간의 노력이 아니라 일상의 아주 작은 실천들이 축적된 결과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매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고 해요. 이를 리추얼이라고 하더라고요. 환경의 변화가 있더라도 늘 꾸준히 성실하게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중요한데, 두 분께도 그런 리추얼이나 루틴 같은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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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 대담 _ 창작이라는 일

박웅현

스티브 잡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저를 ‘rigor’라고 생각해요. ‘엄혹함’이라는 뜻의 단어인데, 자기 아이디어를 끝까지 실행해나가려는 어떤 단호함,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무모함,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되는 거지요. 서도호 작품을 보면서도 그런걸 느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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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걸 보면서 이거 만드느라고 누군가는 죽어 나가겠구나는 생각이 든거지요. 아마도 누군가는 하다가 느슨하게 했을 거에요. 그런데 이 작가는 이걸 다 잡아낸 거지요. 당연히 그런 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거기서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rigor’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창작에서는 그런 난맥상황을 뚫고 가려는 어떤 태도, 무모함, 고집 이런 것들이 필수적이라고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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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피카소도 “평범한 예술가는 모방을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했어요. 즉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새롭게 느껴지게 할 것인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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