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런소킨 : 에런소킨과 스티브잡스

April 25, 2021 · 4 mins read

영화를 보고 감독을 만나는 리뷰_ 아론소킨

Stay hungry, Stay foolish 탄생 비하인드

앞으로 아론 소킨에 대해 글을 몇편 쓰려고 한다. 이렇게 몇편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를 한편에 다 담을 수가 없다. 웨스트윙만해도 시즌이 7개나 되고, 뉴스룸도 그의 영화들도 다 너무 좋아서다. 시리즈의 시작은 잡스와 아론소킨과의 스탠퍼드 연설에 대한 비하인드 일화로 시작해본다. 스티브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를 다룬 영화 <스티브잡스>의 시나리오 집필을 맡았을 정도로 평소 스티브잡스와 친하게 지냈다.

2005년 초,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설 제안을 수락한 스티브 잡스는 곧바로 평소 알고 지내던 시나리오 작가 아론소킨에게 도움을 구한다. 아론 소킨은 드라마 ‘웨스트윙’과 영화 머니볼,소셜 네트워크 의 대본을 쓴 스타 작가이며 감히 내생각에도 세계최고 글쟁이는 이사람이 아닐까 싶다. (다음편은 웨스트윙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그랬기에 잡스가 소킨의 도움을 받는다면 연설문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아론소킨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연설문을 쓰겠다는 스티브잡스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연설 제안을 수락한 이후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 아론 소킨에게 보냈음에도 소킨에게서는 아무런 답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식이 코앞에 닥친 6월까지도 아론 소킨에게 원고를 받지 못한 스티브 잡스는 마음이 타들어갔다. 천하의 스티브 잡스에게도 제대로 된 원고 없이 수천명 앞에 서는 일, 특히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연단에 서는 일은 끔찍한 것이었다. 결국 잡스는 스스로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아론소킨이 잡스의 부탁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에 서로 잘 알고 지냈으니 그에게 연설문 작성을 부탁했을거고 아론 소킨에게 A4용지 몇장에 불과한 글을 쓰는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특히 스티브 잡스처럼 흥미진진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의 삶에 대해 말하는 글이라면 더욱 더 쉽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론 소킨은 잡스의 요청을 거절했다. 답하지 않는 방법으로 스티브 잡스 스스로 글을 쓰게 만들었다.

아론 소킨은 알고 있었다. 잡스가 이미 뛰어난 작가라는 사실을, 자신이 도와줌으로써 더 매끈하고 세련된 글이 나올 수는 있어도 잡스가 스스로 쓴 글보다는 울림이 덜하리라는 것을, 최고의 글은 스스로를 생각의 늪으로 밀어 넣는 고난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헐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는 알고 있었다.

만약 아론 소킨이 잡스 대신 연설문을 썼다면, 잡스의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역대 최고의 졸업 연설로 불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연설문은 아론 소킨이 아니라 노벨상 수상 작가라도 쓰지 못했을, 잡스가 직접 글을 쓰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이야기였다. 라고 한다.

나 역시도 잡스 광팬이라 스무살때부터 지금까지 잠 안오는 밤에, 몇번을 다시 돌려본지도 모르게 많이 봤던 잡스의 스탠퍼드 연설문을 직접 옮겨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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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저는 제가 사랑하는 일을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단 한가지 사실에 대해서는 신념을 잃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찾아내야 합니다. 연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일은 여러분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진심으로 만족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이 그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찾지 못했다고요? 계속해서 찾으세요, 현실에 안주하지 마세요, 진심을 다하면 그것을 찾았을 때 알게 될 겁니다.

세번째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죽음이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입니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킵니다. 죽음은 낡은 것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닦아줍니다. 바로 지금, 여러분이 그 새로움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분도 차츰 낡은 것이 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너무 극적으로 들렸다면 죄송하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듯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 돼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삶은 사느라 당신의 시간을 의미없게 낭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맞춰 살아가는 삶, 타인의 신조에 빠지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소음에 불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은 여러분이 진짜로 되고 싶어 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부차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중략)

제가 어렸을 때 <지구대백과>라는 놀라운 잡지가 있었습니다. 제 또래에서는 일종의 성경 같은거 였어요 이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멜로 파크에서 스튜어트 브랜드란 사람이 쓴 책인데, 그는 이 책에 시적인 감각으로 생명을 불어 넣었습니다. 35년전에 만들어진 일종의 페이퍼백 형식의 구글 이라고나 할까요, 그 책은 좋은 도구와 위대한 의지를 통해 만들어진 이상적인 것이었습니다. 최종판의 뒤표지는 이른 아침의 시골길 사진이 있었는데, 여러분이 만약 모험심이 강하다면 히치하이크 해보고 싶어할만한 그런 풍경이였습니다. 그 사진 아래에는 이런말이 적혀있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항상 갈망하고 끝없이 무모하라

저도 언제나 스스로에게 바랐습니다. 그리고 이제 졸업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앞둔 여러분들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항상 갈망하고, 끝없이 무모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2005년 6월12일

에론소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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